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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구역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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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세계가 주목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한 천선란의 두 번째 연작소설 『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서』가 허블에서 출간되었다. 천선란은 그간 장편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 『나인』, 소설집 『어떤 물질의 사랑』 『노랜드』 『모우어』, 연작 『이끼숲』, 중편 『랑과 나의 사막』 등을 통해 인간과 비인간, 상실과 생존, 구원과 돌봄의 윤리를 꾸준히 탐구해 왔다. 『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서』는 그 여정의 연장선에 있으며, 그가 오랫동안 사랑해 온 ‘좀비 아포칼립스’라는 무대 위에서 그 정서와 감각을 가장 극단까지 밀어붙인 작품이다.

이번 연작은 천선란이 데뷔 초 발표한 단편 「제 목소리가 들리십니까」(2019)와 「제 숨소리를 기억하십니까」(2020)의 세계관을 확장해 집필한 중편 「우리를 아십니까」(2025, 『토막 난 우주를 안고서』 수록)에서 비롯되었다. 「우리를 아십니까」를 토대로 기존 두 단편을 각각 전면적으로 확장·개고해 중편으로 다시 썼고, 이로써 6년에 걸쳐 3부작 서사가 완성되었다. 천선란은 이번 연작에서 좀비를 단순한 공포의 상징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가장 깊은 고독을 비추는 거울로 삼으며, ‘너를 살리는 방식으로 내가 사는 윤리’(정우주, 「상실의 자리로부터―천선란론」)에서 한발짝 더 나아간다.

세 편의 이야기는 각각 다른 시공간에서 좀비 아포칼립스를 마주한다. 1부는 감염과 붕괴의 초입에서 시작된 재앙이 이주 우주선으로 번지며, 무엇을 살리고 죽일지에 대한 선택의 순간을 그린다. 2부는 지구를 탈출하지 못한 사람들이 서로를 돌보며,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생존을 넘어 삶을 이어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3부는 인류가 사라진 지구에서 인간도 좀비도 아닌 존재들이 멸망 이후까지 사랑을 기억하고 지속하는 모습을 그린다. 세 편은 모두 ‘사랑하는 이를 끝내 놓지 못하는 마음’과 ‘너를 살리는 방식으로 내가 살겠다는 마음’으로 단단히 이어진다.

1부
제 목소리가 들리십니까
•9

2부
제 숨소리를 기억하십니까
•119

3부
우리를 아십니까
•225

작가의 말
•295

: 천선란의 공상은 땅바닥에 척 붙어 현실보다 현실같이 끈적거린다. 늘 그렇듯 SF를 핑계 삼아 개인을 내밀하게 파고드는 작전을 구사하는데(p) 그것은 결국 이야기 깊숙한 곳에서 또 한 번 나를 발견하게 한다. 묻고 싶다. 천선란 자네는 대체 어떤 사랑을 해온 것이냐고. 왜 나도 모르게 그 옛날 나만의 묵호에게 연락을 할 뻔하게 만드는 것이냐고. ‘자니?’밖에 떠오르지 않아 이내 그만둬버리게 해서 왜 때아닌 자괴감 같은 것을 주는 거냐고 말이다. 단 한 번이라도 사랑해 본 적 있는 사람들은 이 SF를 통해 자신이 얼마나 사랑에 취약한 인간인지 테스트해 보시길 바란다.
백온유 (소설가, 《유원》 저자)
: 천선란의 좀비 이야기라면 애초에 재미없을 수가 없는 것 아닌가. 이야기는 순식간에 독자를 좀비가 활보하는 세계로 끌어들인다. 좀비가 절대다수가 된 세계에서는 빠른 판단만이 내 목숨을 구하는 유일한 길이다.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가 친구나 연인이더라도, 우리는 그를 버리거나 죽여야만 한다. 우리는 이 공식을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게 가능할까. 이 소설은 좀비 앞에서 머뭇거리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소설을 읽을수록, 그러니까 좀비를 알아갈수록 나는 오히려 인간을 인간이게끔 하는 게 무엇인가를 깊게 고민하게 되었다. 또한,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끝내 놓지 못하는 창백한 손의 의미를 곱씹으며 생각하게 되었다. 어째서 이토록 좀비는 지독하게 인간인가. 모든 것이 허물어지고, 일그러지고, 모조리 녹아내린 ‘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서’ 발견하게 되는 것은 놀랍게도 완전하게 보존된 형태의 사랑이다. 이야기는 불가능한 일을 결국 가능하게 했으며, 천선란의 소설을 다 읽은 나는 기꺼이 그것을 믿기로 했다. 이 믿음 위에서 새로운 세계가 시작될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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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2022년 SF어워드 장편소설부문, 2020년 SF어워드 장편소설부문, 2019년 한국과학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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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2019년 장편소설 『무너진 다리』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어떤 물질의 사랑』, 『노랜드』, 장편소설 『천 개의 파랑』,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 『나인』, 중편소설 『랑과 나의 사막』, 연작소설 『이끼숲』, 산문집 『아무튼, 디지몬』 등이 있다. 2019년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2024년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