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민 (배우)
: 천선란의 공상은 땅바닥에 척 붙어 현실보다 현실같이 끈적거린다. 늘 그렇듯 SF를 핑계 삼아 개인을 내밀하게 파고드는 작전을 구사하는데(p) 그것은 결국 이야기 깊숙한 곳에서 또 한 번 나를 발견하게 한다. 묻고 싶다. 천선란 자네는 대체 어떤 사랑을 해온 것이냐고. 왜 나도 모르게 그 옛날 나만의 묵호에게 연락을 할 뻔하게 만드는 것이냐고. ‘자니?’밖에 떠오르지 않아 이내 그만둬버리게 해서 왜 때아닌 자괴감 같은 것을 주는 거냐고 말이다. 단 한 번이라도 사랑해 본 적 있는 사람들은 이 SF를 통해 자신이 얼마나 사랑에 취약한 인간인지 테스트해 보시길 바란다.
백온유 (소설가, 《유원》 저자)
: 천선란의 좀비 이야기라면 애초에 재미없을 수가 없는 것 아닌가. 이야기는 순식간에 독자를 좀비가 활보하는 세계로 끌어들인다. 좀비가 절대다수가 된 세계에서는 빠른 판단만이 내 목숨을 구하는 유일한 길이다.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가 친구나 연인이더라도, 우리는 그를 버리거나 죽여야만 한다. 우리는 이 공식을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게 가능할까. 이 소설은 좀비 앞에서 머뭇거리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소설을 읽을수록, 그러니까 좀비를 알아갈수록 나는 오히려 인간을 인간이게끔 하는 게 무엇인가를 깊게 고민하게 되었다. 또한,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끝내 놓지 못하는 창백한 손의 의미를 곱씹으며 생각하게 되었다. 어째서 이토록 좀비는 지독하게 인간인가. 모든 것이 허물어지고, 일그러지고, 모조리 녹아내린 ‘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서’ 발견하게 되는 것은 놀랍게도 완전하게 보존된 형태의 사랑이다. 이야기는 불가능한 일을 결국 가능하게 했으며, 천선란의 소설을 다 읽은 나는 기꺼이 그것을 믿기로 했다. 이 믿음 위에서 새로운 세계가 시작될 것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