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적절함으로 시의적절하게’, 시의적절 시리즈 다섯번째 주자는 오은 시인이다. 누구보다 읽고 쓰는 일에 진심인 시인 오은의 성실함으로 하루하루 달력에 매김하듯 꼭꼭, 서른한 편의 글을 눌러담았다. 5월의 녹음만큼이나 흐드러지도록 읽을거리 가득하고, 시의 씨앗부터 단어라는 잎, 글로 피운 꽃까지 ‘울창한’ 말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말의 맛’ 넘어 ‘시의 맛’으로 향하는 단어의 사거리, 혹은 오거리. 허투루 지날 법한 하루 속에서도 오만 가지 단어를 발견하는 시인 오은의 쓰기 그 ‘참맛’, 『초록을 입고』.
새록새록 혹은 초록초록, 움트고 흐드러지는 5월, ‘새 신을 신고 뛰어보자’ 대신 ‘초록을 입고 뛰어보자 폴짝’ 해보는 그런 책. 읽는 내내 우리의 5월 또한 초록으로 물들듯 혹은 물오르듯 푸릇해진다면 좋을 테다. 그렇게 “하루에 한 번 시를 생각하며 흔흔히 힘입”는다면 더욱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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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2019년 대산문학상, 2019년 현대시작품상, 2014년 박인환문학상 최근작 :<축시집> ,<너랑 나랑 노랑> ,<응답의 시 (표지 3종 중 랜덤)> … 총 86종 (모두보기) SNS ://twitter.com/flaneuroh 소개 :어릴 적에는 회색을 가장 좋아했다. 그래서인지 갈피를 못 잡고 언제나 오락가락 정신없었다. 변덕이 죽 끓듯 했고, 머릿속으로 그 죽을 끊이다가 새까맣게 태워먹기 일쑤였다. 빨간색이라는 이유로 피와 고깃덩어리를 무서워했고, 같은 이유로 사과와 우체통을 마음에 두었다. 같은 빨간색이라도 채도와 명도에 따라 다채로운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알았다. 부잣집 아이들처럼 은색과 에메랄드색이 포함된 64색 크레파스를 갖고 싶었다.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에는 원색은 좋아했지만 원색적인 말은 싫어했다. 한마디로 평범했단 소리다. 특히 푸른색에 열광했는데, 등굣길에 하늘을 올려다보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시간 날 때마다 휘파람을 불었지만 쇳소리 말고는 아무것도 새어나오지 않았다.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것들을 묵묵히 인정하게 되었다. 키는 쑥쑥 자랐지만, 노래방에서는 외려 키를 낮춰야만 했다. 시험을 망친 날에는 하늘이 노래지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청포도 맛이 나는 연두색 사탕을 아작아작 깨물어 먹는 일이 잦았다.
이십대에는 하늘과 바다를 보는 일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대신, 빨간색이 식욕을 돋우는 색이라는 사실을 몸소 깨달았다. 선홍색 꽃등심이 회색으로 변할 때는 왠지 모르게 서글퍼졌다. 더이상 나는 회색을 동경하는 어린아이가 아니었던 것이다.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20년 넘게 쓰고 있던 색안경들을 손수 하나씩 벗었다. 하얀 종이에 까만 글자들을 채워넣는 일은 어느새 인생의 커다란 부분이 되어 있었다.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개중 빨간 펜이 가장 무시무시하다는 사실을 새삼 절감했다.
서른이 된 지금은 연두색을 가장 좋아한다. 먼셀 표색계에서 5GY 7/10에 해당하는 바로 그 색 말이다. 연두라는 말에는 모종의 가능성이 담겨 있다. 앞으로 더 짙어질 거라는 희망도 있고 무럭무럭 자라나 누군가에게 그늘을 선사해주겠다는 당찬 의지도 있다. 무엇보다 연두는 철들지 않아서 좋다. 철이 들면 색은 짙어지고 무거워지고 참을 수 없이 끈적끈적해진다. 나는 아마 평생 철들지 못할 것 같다. 그리고 지금, 레드와 옐로의 계절을 지나 화이트와 블랙의 계절을 거쳐 그린과 블루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고유의 색을 잃지 않으면서도 색다르게 사는 법이 필요한 때가, 또다시 찾아든 것이다.
2002년 『현대시』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호텔 타셀의 돼지들』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유에서 유』 『왼손은 마음이 아파』 『나는 이름이 있었다』 『없음의 대명사』, 청소년 시집 『마음의 일』, 산문집 『너는 시방 위험한 로봇이다』 『다독임』 『초록을 입고』 『뭐 어때』 『밤에만 착해지는 사람들』 등이 있다. 박인환문학상, 구상시문학상, 현대시작품상, 대산문학상, 시인수첩작품상을 수상했다. 작란作亂 동인이다.
난다의 시의적절, 그 다섯번째 이야기!
시인 오은이 매일매일 그러모은
5월의, 5월에 의한, 5월을 위한
단 한 권의 읽을거리
‘시의 적절함으로 시의적절하게’, 시의적절 시리즈 다섯번째 주자는 오은 시인입니다. 누구보다 읽고 쓰는 일에 진심인 시인 오은의 성실함으로 하루하루 달력에 매김하듯 꼭꼭, 서른한 편의 글을 눌러담았습니다. 5월의 녹음만큼이나 흐드러지도록 읽을거리 가득하고요, 시의 씨앗부터 단어라는 잎, 글로 피운 꽃까지 ‘울창한’ 말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말의 맛’ 넘어 ‘시의 맛’으로 향하는 단어의 사거리, 혹은 오거리. 허투루 지날 법한 하루 속에서도 오만 가지 단어를 발견하는 시인 오은의 쓰기 그 ‘참맛’, 『초록을 입고』입니다.
모르는 길에 들어서는 일, 겁과 호기심을 양손에 각각 쥐고 한발 한발 조심스레 내딛는 일, 백지 위에 비뚤배뚤한 나만의 별자리를 만드는 일, 흙 위에 서서... 난다의 시의적절, 그 다섯번째 이야기!
시인 오은이 매일매일 그러모은
5월의, 5월에 의한, 5월을 위한
단 한 권의 읽을거리
‘시의 적절함으로 시의적절하게’, 시의적절 시리즈 다섯번째 주자는 오은 시인입니다. 누구보다 읽고 쓰는 일에 진심인 시인 오은의 성실함으로 하루하루 달력에 매김하듯 꼭꼭, 서른한 편의 글을 눌러담았습니다. 5월의 녹음만큼이나 흐드러지도록 읽을거리 가득하고요, 시의 씨앗부터 단어라는 잎, 글로 피운 꽃까지 ‘울창한’ 말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말의 맛’ 넘어 ‘시의 맛’으로 향하는 단어의 사거리, 혹은 오거리. 허투루 지날 법한 하루 속에서도 오만 가지 단어를 발견하는 시인 오은의 쓰기 그 ‘참맛’, 『초록을 입고』입니다.
모르는 길에 들어서는 일, 겁과 호기심을 양손에 각각 쥐고 한발 한발 조심스레 내딛는 일, 백지 위에 비뚤배뚤한 나만의 별자리를 만드는 일, 흙 위에 서서 바다를 생각하는 일, 나는 이것을 한다. 이렇게 나는 일평생 나에게 가까워질 것이다. 더 막막해질 수 없을 때까지.
시로 가는 길은 막막하다. 운이 좋으면 그 길 어딘가에서 최초의 장면을, 맨 처음의 단어를 만날 수 있다. 나는 이 마주침의 순간을 결절(結節) 혹은 분기점이라고 부른다. 이제 첫 문장이 쓰일 차례다. 때마침 내일은 어린이날이다. 비눗방울의 날, 바다 거품의 날, 터져도 휩쓸려도 기어이 다시 부풀어오르는 날이다. ─본문 중에서
모든 쓰기는
결국 마음 쓰기다
유난히 푸른 5월, 유독 기념일이 많은 달이기도 합니다. 5월 5일을 맞은 동시와 5월 15일의 카네이션은 물론이고, 5월 11일 동학농민혁명 기념일이라거나 5월 19일 발명의 날, 5월 20일 세계인의 날, 5월 29일 세계 수달의 날까지…… 달력을 뒤적이는 재미 있음에, 어쩌면 ‘시의적절’의 출발이 매일을 기념일처럼, 기록이라는 기억을 채워나가는 일 아니었겠나 생각해봅니다. 그런가 하면 작년 5월 18일에는 정읍에 있었구나, 4년 전 5월 13일에는 이 글을 발표했구나, 시간을 돌아보며 나의 삶을 돌보는 날도 있지요. ‘다독일 줄 아는’ 시인 오은의 삶 또한 매일의 기억으로 채워져가는 거지요.
권마다 시인마다 조금씩은 다른 쓰기를 선보이는 ‘시의적절’ 시리즈이지만요, 특히 이번 책은 ‘사용법’이라 이름해도 좋을 듯합니다. 하루를 시작하는 속표지가 전채(前菜), 글 한 편은 주요리, 그 뒤에는 ‘오발단(오늘 발견한 단어)’이라는 후식까지. 매일매일 코스 요리로 든든하고요, 그 차림새 물론 진수성찬이지요. 양만 양 아니라 시, 에세이, 동시, 청소년 시, 일기, 농담, 인터뷰, 담소, 시론…… 하루가 다르고 매일이 다채로운 글들이니 물릴 걱정마저 없고요. 특히나 오은 시인이어서 가능한, 밝고 또 맑은 눈으로 발견하는 오늘의 단어들이 일품입니다. ‘일기죽일기죽’ ‘비거스렁이’ ‘대팻집고치기대패’ ‘어질더분하다’ ‘시쁘다’, 몰랐던 단어는 물론 함께 배움이고, 알았던 혹은 안다고 여겼던 단어는 다시 만나 반가웠다가 달리 보니 새롭구나 싶지요. 그런가 하면 열흘마다 모아본 ‘적바림(나중에 참고하기 위하여 글로 간단히 적어둔 기록)’은 글자들의 릴레이로 달려 단어들의 운동장처럼 흥성하고요. 진수성찬이라 했던가요, 이런 융숭함이라면 시의적절 5월은 분명 말들의 잔치고 축제라 하겠습니다.
책을 쓰면서 전채(前菜), 주요리, 후식을 떠올렸습니다. 하루를 시작하는 속표지가 전채, 그날의 글이 주요리, ‘오발단’(오늘 발견한 단어)이 후식이 되었으면 했습니다. 전채와 주요리와 후식이 잘 어울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5월에 유독 많은 기념일이 글에 다가가는 힌트가 되어주기도 했습니다. 어디에 있든 “오늘 하루 잘 살았다!”라고 스스로 말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이는 한 달의 첫날부터 마지막날까지를 슬쩍 건너다보고 슬금슬금 건너가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열흘에 한 번꼴로 ‘적바림’을 적기도 했습니다. 기역에서 히읗까지 산책하는 일이 소화(消化)에 도움이 되었으면 싶었습니다. ─본문 중에서
그래서일까.
내가 5월에 태어난 것은!
새록새록 혹은 초록초록, 움트고 흐드러지는 5월입니다. ‘새 신을 신고 뛰어보자’ 대신 ‘초록을 입고 뛰어보자 폴짝’ 해보는 그런 책. 읽는 내내 우리의 5월 또한 초록으로 물들듯 혹은 물오르듯 푸릇해진다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하루에 한 번 시를 생각하며 흔흔히 힘입읍시다.”
초록을 입고 말해보자
풀처럼 여리게
나무처럼 단단하게
바다처럼 휘몰아치듯
지구처럼 묵묵하게
열 개의 나이테가 수놓아진
초록을 입고
한바탕 울창해지자
◎ ‘시의적절’ 시리즈를 소개합니다.
시詩의 적절함으로 시의적절時宜適切하게!
제철 음식 대신 제철 책 한 권
난다에서 새로운 시리즈를 선보입니다. 열두 명의 시인이 릴레이로 써나가는 열두 권의 책. 매일 한 편, 매달 한 권, 1년 365가지의 이야기. 이름하여 ‘시의적절’입니다. 시인에게 여름은 어떤 뜨거움이고 겨울은 어떤 기꺼움일까요. 시인은 1월 1일을 어찌 다루고 시의 12월 31일은 어떻게 다를까요. 하루도 빠짐없이, 맞춤하여 틀림없이, 매일매일을 시로 써가는 시인들의 일상을 엿봅니다.
시인들에게 저마다 꼭이고 딱인 ‘달’을 하나씩 맡아 자유로이 시 안팎을 놀아달라 부탁했습니다. 하루에 한 편의 글, 그러해서 달마다 서른 편이거나 서른한 편의 글이 쓰였습니다. (달력이 그러해서, 딱 한 달 스물아홉 편의 글 있기는 합니다.) 무엇보다 물론, 새로 쓴 시를 책의 기둥 삼았습니다. 더불어 시가 된 생각, 시로 만난 하루, 시를 향한 연서와 시와의 악전고투로 곁을 둘렀습니다. 요컨대 시집이면서 산문집이기도 합니다. 아무려나 분명한 것 하나, 시인에게 시 없는 하루는 없더라는 거지요.
한 편 한 편 당연 길지 않은 분량이니 1일부터 31일까지, 하루에 한 편씩 가벼이 읽으면 딱이겠다 합니다. 열두 달 따라 읽으면 매일의 시가 책장 가득하겠습니다. 한 해가 시로 빼곡하겠습니다. 일력을 뜯듯 다이어리를 넘기듯 하루씩 읽어 흐르다보면 우리의 시계가 우리의 사계(四季)가 되어 있을 테지요. 그러니 언제 읽어도 좋은 책, 따라 읽으면 더 좋을 책!
제철 음식만 있나, 제철 책도 있지, 그런 마음으로 시작한 기획입니다. 그 이름들 보노라면 달과 시인의 궁합 참으로 적절하다, 때(時)와 시(詩)의 만남 참말로 적절하다, 고개 끄덕이시라 믿습니다. 1월 1일의 일기가, 5월 5일의 시가, 12월 25일의 메모가 아침이면 문 두드리고 밤이면 머리맡 지킬 예정입니다. 그리 보면 이 글들 다 한 통의 편지 아니려나 합니다. 매일매일 시가 보낸 편지 한 통, 내용은 분명 사랑일 테지요.
[ 2024 시의적절 라인업 ]
1월 김민정 / 2월 전욱진 / 3월 신이인 / 4월 양안다 / 5월 오은 / 6월 서효인
7월 황인찬 / 8월 한정원 / 9월 유희경 / 10월 임유영 / 11월 이원 / 12월 김복희
* 2024년 시의적절은 사진작가 김수강과 함께합니다. 여전히 아날로그, 그중에서도 19세기 인화 기법 ‘검 프린트’를 이용해 사진을 그려내는 그의 작업은 여러 차례, 오래도록, 몸으로 시간을 받아들이는 일입니다. 시간으로 그리는 사진과 시간으로 쓴 시의 적절한 만남은 2024년 열두 달 계속됩니다.